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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등등 유아독존으로 사랑만으로 컸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시절!
어머니와 아버지는 건강하셨고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세상 겁날것 없이 컸다.

마당에는 똥개 한마리가 세상에세 제일 만만한게 나인지 졸졸 따라다니며 나를 괴롭혔다.
가라고 손사례 치면 장난치는 줄 알고 더욱 쎄게 나에게 메달렸다.
강아지가 무서웠다.

할아버지는 늘 새끼줄을 꼬고계셨다.
새끼줄이 두서너 묶음 꼬아지면
덕석을 만드셨다.
송아지 한마리를 훈련시켜 내가 소등에 탈 수있게 해주셨다.

아버지는 늘 경운기에 로타리를 달아 논을 일구셨다.
아버지는 훔뻑 젖은 몸과 얼굴엔 논 흙이 군데 군데 점처럼 묻어있었다.

어머니는 새벽이슬 풀리기전에 산에서 고사리를 꺽어 오셨다.
산에서 돌아오신 어머니를 안을 땐 늘 몸빼바지는 이슬로 젖어있었다.
엄마 귀찮은 줄도 모르고 험한 산길 따라나서 엄마일도 못하게 하고 땡깡 부리는 꼬맹이었다.

할머니는 창포갯벌에 허리를 잔뜩 구부리신채 조개를 캐오셨다.
우두커니 물들어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혹시나 물 보다 늦게 나오실까싶어 목소리 크게내어 어서 나오시라고 할머니를 불렀다.
그렇게 바닷가에서 만든 갯비린내 나는 돈으로 나는 학교를 다녔으며 옷가지 등 큰 불편없이 소비를 했었다.

화장실은 아래채 구석, 소마굿간을 지나 있었다.
소마굿간 소를 지나기도 무서웠지만,
덜컹거리고 삐거덕 거리는 푸세식 화장실이 더 무서웠다.
무서운 화장실 대신 마당가 어귀에 엉덩이를 까고 있으면 마당에서 놀던 똥개가 내엉덩이를 핥아주었다.
그래서 지금도 시골집에 가면 주변을 살피고 밭에다 소변을 보기도 한다.

내 어릴적
아주 어릴적에 말이다.
기세등등 유아독존으로 사랑만으로 컸다.

그나마 고마움을 알면서 큰게 기적같은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