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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쟁취한 6.29선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87년 저는 국민학생이었습니다.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이었습니다.
분수 로터리에서 빨간 완행버스를 타고 댓거리를 넘어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경남대 앞에서
대학생 형! 누나들이 데모합니다.

차는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합니다.
메케한 최루탄 냄새가 납니다.
역해서 미치겠습니다.

열린 창문으로
대학생 형! 누나들한테 욕 한 사발 날립니다.

야 이!! 놀고 묵고 맨날 데모하는 대학생들아!
데모 그만해라!! 집에 좀 가자!

한참 지나서
제법 턱 밑에 수염이 까슬까슬해 질 때까지 저는 그때 했던 욕을 사과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그 형! 누나들이 무엇을 위해 그랬는지? 몰라서였습니다.

그들이 쟁취한 6.29선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금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