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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고은

아무리 인사불성으로 취해서도
입 안의 혓바닥하고
베등거리 등때기에 꽂은 곰방대는
용케 떨어뜨리지 않는 사람
어쩌다가 막걸리 한 말이면 큰 권세이므로
논두렁에 뻗어 곯아떨어지거든
아들 셋이 쪼르르 효자로 달려가
영차 영차 떠메어 와야 하는 사람
집에 와 또 마셔야지 삭은 울바자 쓰러뜨리며
동네방네 대고 헛군데 대고
엊그제 벼락 떨어진 건넛마을
시뻘건 황토밭에 대고
이년아 이년아 이년아 외치다 잠드는 사람
그러나 술 깨이면 숫제 맹물하고 형제 아닌 적 없이
처마 끝 썩은 낙수물 떨어지는데
오래 야단받이로 팔짱끼고 서 있는 사람 고한길

그러다가도 크게 깨달았는지
아가 일본은 우리나라가 아니란다
옛날 충무공이 일본놈들 혼내줬단다 기 죽지 말어라
집안 식구 서너 끼니 어질어질 굶주리면
부엌짝 군불 때어 굴뚝에 연기 낸다
남이 보기에 죽사발이라도 끓여먹는구나 속여야 하므로
맹물 끓이자면 솔가지 때니 연기 한번 죽어라고 자욱하다

삼 년 원수도 술 주면 좋고 그런 술로 하늘과 논 삼아
8월 땡볕에 기운찬 들 바라본다
거기에는 남의 논으로 가득하다 작년 도깨비불도 떠오른다

이 세상 와서 생긴 이름 있으나마나
죽어서도 이름 석 자 새길 돌 하나 없이
오로지 제사 때 지방에는 학생부군이면 된다
실컷 배웠으므로
실컷 배웠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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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클 홍(弘), 자루 표(杓)입니다.

제 이름은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할아버지께서 정해 놓으신 손자의 이름이었습니다.

“숲이 깊어야 범이 나오는 법”, “호랑이는 고양이와 다투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자주 사용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큰일을 조정하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어머니가 시집오시던 해에 아들 이름이라고 지어 주셨다고 합니다.

오늘은 큰일을 조정하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제 이름을 지어 놓고 저를 기다리셨던 저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할아버지였다.
술을 좋아하신 만큼 동네에선 호인이셨다.
단지 할머니와 6남매의 아버지로선 동네의 칭송만큼 인정 받지는 못 하셨다.

그러나 나에게 만큼은 최고의 할아버지이셨다.

요맘때면 대나무 살을 잘 깍아 방패연을 만들어 주셨던!
다른 아이들은 실패에 줄을 감아 동네 골목길을 뛰어다니며 길연 정도만 날렸지만 쭉 뻗은 소나무로 연 얼레까지 만들어 주셨던 할아버지이셨다.

술이 한 순배 몸을 감으시면 흥겨운 마음에 환타 한 병을 사들고 보고픈 손자 학교에 오셔서 건내 주시고 가시곤 하셨던 할아버지였다.

소를 잘 길들여 소등에 손자를 태우셨던 할아버지였다.

소꼴 베러 가실땐 빈 바지게에 손자를 태우고 나가셨던 할아버지였다.

큰 나무를 잘라 B52 폭격기 장난감을 만들어 주셨던 할아버지였다.

오늘 같이 긴 겨울밤엔 늘 끼고 계시던 삼국지를 노래가락 처럼 손자에게 읽어 주시던 할아버지였다.

큰 꾸중들을 일이 있음 할아버지 바지가락만 잡고있음 해결되는 언제나 든든한 할아버지였다.

참 그리운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멀리 산을 내다보는 사람이었다. 눈앞의 나무에 연연하기보다는 큰 숲을 꿈꾸는 사람이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했고 개인의 욕심보다는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했다. 그러고 보니 시대를 잘못 타고나 시대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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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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