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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살고 제비도 사는 그런 삶의 공간이 많아 지길 바래봅니다.

경상남도교육청과 KNN방송은 제비생태탐구 프로젝트를 주제로 미니 다큐 방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비를 주제로 우리들이 왜 탐구 프로젝트 방송을 준비하는지?  그 이유는 아래의 옮겨온 글로 대신 합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선 제비가 살지 못 합니다.
사람도 살고 제비도 사는 그런 삶의 공간이 많아 지길 바래봅니다.

 제비야 네가 옳다

강화도 우리 동네에는 이십여 호의 집이 있다.
그 중 제비가 집을 짓지 않는 집은 빈집 두 집과
남자 노인이 혼자 사 는 집. 그리고 역시 남자 혼자 사는 우리 집 뿐이다.

재작년 봄, 제비가 날아와 집을 지으려고 거실까지 들어와
내 삶을 염탐할 때, 나는 몹시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에 집을 짓지 않는 제비는
딴 곳으로 날아갔다.

나 아닌 다른 생명체와 한 지붕 밑에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은 낙담이 컸다.
작년엔 제비를 속여보려고 노력도 했었다. 티브이를 크게 틀어
여자와 아이들 목소리도 내고 빨래를 널어보기도 했다.

그런 데 결과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비는 한 가정을 이루지 않고 살아가는 나의 삶을,
언제 떠날지 모르는 뿌리가 없는 삶이라고 결론을 내렸던것 같다.

 

 - 함민복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