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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점도에게 보내는 할머니의 마음 한 자락

큰아들, 점도에게 보내는 할머니의 마음 한 자락

(할머니의 회고)

 

큰아들, 점도야~

복도 없는 우리 아들

복 중에 어찌 일복을 타고 났다냐.

 

다시 돌아봐도 깜깜한 생애,

니가 외등처럼 내 삶을 비춰 주었구나.

 

점도 니가 아니었으면 피 토하고 죽었을

징그럽게 고생스럽던 삶이었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을 때

짊어진 짐이 너무도 무거워 벗어 던지고 싶을 때

그 마음 다잡은 것은 다 니 덕분이었다.

내 속에 들었다 나온 것 마냥

어미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던 너였다.

시키지 않아도 뭐든 척 척 해냈지.

 

순하디 순한 얼굴에 언제 이리 주름이 많았졌냐.

일만 하다 늙어버린 누렁이의 눈처럼

슬픔이 가득하구나.

 

어쩌자고 도대체 어쩌자고

그리 일만 시켜먹었을까,

우리 점도가 내 아들이어서

나는 참말로 다행인데

우리 아들도 그럴까...

 

아니다.

다음 생애엔 일복 아닌 돈복을 타고 나

먹는 것도 배불리

공부도 넉넉히

잠도 퍼질러지게 자거라.

국말아 후루룩 한 사발 들이키는

고된 삶이 아니어라.

 

내게 와 주어

내 아들이어서

고맙고 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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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할머니의 정신이 온전하실때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글입니다.

내일은 아버지의 첫 기일 입니다.
늘 주워진 삶만 묵묵히 사셨던 저의 아버지이십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약속 잘 지켰습니다.
네! 정말 잘 살신거 맞습니다..
진짜로 힘든 시절 잘 견뎌내셨습니다"
4남2녀의 장남!
머리가 좋으셔서 곧잘 공부도 잘 하셨지만 중학문턱을 넘자 마자 집안의 삶의 가장 노릇을 하셔야 하신 울 아버지!
내 하나로 부모 동생들은 배불리 먹고 공부 할 수있을 거라 여기시고 떠나신 월남전쟁!
동생들 시집 장가 보내고 나서 문득 뒤돌아 보니 곁에 아들과 딸이 보이더라 하신말씀!
아끼고 아끼고 아낄것이 없어 무논에서 일할 때 신는 장화 밑창이 두번 헤질때 까지 신으셨다는 말씀!
"네!!! 아버지, 아버지는 약속 잘 지켰습니다.
네!!!! 정말 잘 살신거 맞습니다.
정말 진짜로 힘든 시절 잘 견뎌내셨습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할머니 말씀처럼
다음 생애엔 일복 아닌 돈복을 타고 나십시요
먹는 것도 배불리
공부도 넉넉히
잠도 넉넉히 주무십시요.

국말아 후루룩 한 사발 들이키는
고된 삶이 아니어라.

이제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 내려 놓으시고 편안한 삶 사십시요..

많이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