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이해인-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레임으로
며칠을 앓고 난 후
창문을 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 눈부신 감동으로
비온 뒤의 햇빛 속에
나무들이 들려주는
그 깨끗한 목소리로
별것 아닌 일로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던
친구와 오랜만에 화해한 후의
그 티없는 웃음으로
나는 항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못 견디게 힘든 때에도
다시 기뻐하고
다시 시작하여
끝내는 꽃씨를 닮은 마침표 찍힌
한 통의 아름다운 편지로
매일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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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알의 씨앗을 주웠습니다.
소중히 가져와
마른땅에 심었습니다.
심는 순간
처음으로 꽃 피울 설레임을 가졌습니다.
씨앗은
그냥
꽃과 열매를 피우는게 아니라
못 견디게 힘든 때에도
다시 기뻐하고
다시 시작하여
끝내
꽃과 열매를 맺는다는
이치도 모른채 말입니다.
제 삶 또한
못 견디게 힘든 때에도
다시 기뻐하고
다시 시작할 마음도 없이
그냥 씨앗만 심었다고
꽃과 열매가 맺길 바랬는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조용히 태풍이 지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