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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낙동강 녹조대란의 간단한 해법 - 그냥 흐르게 하라


[기고] 낙동강 녹조대란의 간단한 해법 - 그냥 흐르게 하라

전홍표 경남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618일 낙동강환경유역청은 지난해 보다 40여일 빨리 낙동강에 조류경보제를 발령했다.

조류경보제는 2013년부터 매주 한 차례 실시되는 조사로써 정수처리기능 장해 예방 및 상수원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운영되고 있으며, 2회 연속으로 기준치(클로로필a 농도 25mg, 유해남조류 개체수 mL5,000)를 넘으면 '경보' 단계를 발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6일 창녕함안보 구간의 클로로필a 농도는 53.0mg, 유해 남조류 개체수는 mL32,114개를 기록했다. 즉 낙동강은 작년보다 40여일 빨리 상수원수로서 위협을 받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위협은 장기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둔 17일 오후 경찰청 헬기에서 본 경기도 수원 인근 경부고속도로 인근 호수에 녹조가 가득하다.ⓒ양지웅 기자


조류경보의 주원인은 식물플랑크톤의 과대 증식이다. 식물플랑크톤인 녹조미생물은 정체된 물, 햇빛과 이로 인한 온도 상승, 그리고 물속에 있는 영양물질을 바탕으로 급속하게 번식하여 물을 온통 녹색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녹조라고 불린다.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 의하면 낙동강의 녹조는 남조류인 메리스모페디아와 마이크로시스티스 등이 우점한 것으로 밝혀졌다.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인체에 간암을 일으키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즉 녹조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다.

게다가 번성했던 녹조의 악영향은 녹조가 사멸할 때 물속의 산소를 모두 고갈시켜 물속에 사는 생물들과 물고기를 대량으로 폐사 시킨다. 또한 물의 표면에 과도하게 번식한 녹조는 물속으로 들어가는 빛을 차단하여 수생식물의 성장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녹조는 단순히 물의 색깔만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문제는 2011년 보가 건설되면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렸다. 그만큼 낙동강의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는 녹조의 원인을 기온과 적은 강수량 탓으로 돌리고 있다. 실제로 녹조는 자연적 요인 보다 인위적 요인에 의한 탓이 크다. 여러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로 인한 물의 정체현상을 녹조재앙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천번 만번 양보해 정부의 발표처럼 녹조의 원인을 기온과 적은 강수량 탓이라고 하자. 그러면 4대강 사업 이후부터 3년째 매년 발생하는 녹조현상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어떠한 해결책이 없이 날씨 탓만 해야 하는 것인가? 단지 장맛비에 녹조가 사라지길 기다려야만 하는 것인가?

보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적었던 적이 틀림없이 있었다. 달라진 조건이라면 보가 생겨난 것인데, 그렇다면 적어도 한번쯤은 보의 영향을 염두에 두는 것이 맞지 않을까?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고 홍수에도 대비하면서 하천수질을 2급수로 만드는 사업이라고 끊임없이 홍보해왔다. , 사업의 명분은 깨끗하고 쓸모 있는 풍부한 수자원 확보였다. 그러나 현재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어떠한가? 녹조로 뒤덮여 사용하기 힘든 물만 풍부하다.

 

밀양교 아래에 발생한 녹조현상ⓒ마창진환경운동연합


낙동강의 물은 천오백만 명이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생명의 물이다.

4대강 사업 탓인지 날씨 탓인지 각자 의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정부는 녹조로 뒤덮인 물을 시민들에게 용수로 공급하기 위해 취수장에서는 물대포로 녹조를 밀어 내고, 녹조 제거선을 만들어 녹조를 수거하고 있으며, 정수장에서는 더 많은 시간과 약품을 사용해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낙동강을 원천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 중인 노력은 임기응변식이며 땜질식이다.

 

낙동강 녹조 대란과 관련하여 생명의 물인 낙동강을 원천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강물을 흐르게 하면 된다!

 

일단 보의 수문을 열어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날씨 탓만으로는 녹조의 재앙을 막을 수 없다. 인간의 기술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날씨를 바꾸거나 강수량을 알맞게 맞춰 비를 내리게 할 수는 없다. 우리가 현재 녹조로 썩어 가는 낙동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4대강의 재자연화를 통해 진정한 수자원정책과 생태계 복원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흐르는 강물은 흘러가면서 모래톱을 만들 것이며, 자연스레 수생식물과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게 될 것이다.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자정작용을 통해 스스로 건강성을 찾아 갈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딱 한 가지. 막힌 물길을 틔우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인간의 도리이며,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생물들이 살지 못하는 곳에선 인간도 살 수 없다.”

 

단순하지만 불변의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http://www.vop.co.kr/A000007674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