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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학창시절에 지금처럼 학교 급식이 있었더라면....

잔잔하고 자기 반성적인 한 분의 엣세이 한구절을 읽었습니다.
그분의 글을 읽고 든 생각입니다.


그분의 학창시절에 지금처럼 학교 급식이 있었더라면...이라는 생각 입니다.


그분의 학창시절에 지금처럼 학교 급식이 있었더라면....
그분은 점심시간에 혼자 수돗가에 있는 대신 친구들이랑 웃으면서 점심을 드셨을 것입니다.


그분의 학창시절에 지금처럼 학교 급식이 있었더라면....
그분의 누님은 소태처럼 짠 반찬을 만드시지 않아도 되셨을 것입니다.


그분의 학창시절에 지금처럼 학교 급식이 있었더라면....
그분은 지금은 보리밥에 질려 쌀밥만 드시지 않으셔도 될것같습니다.


그분의 학창시절에 지금처럼 학교 급식이 있었더라면....
그분은 가끔 밥 욕심이 두그릇씩 안 잡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분의 학창시절에 지금처럼 학교 급식이 있었더라면....
그분은 부끄럽고 창피하여 점심시간에 도망이나 다니는 비겁한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고백은 아니 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분의 잔잔한 글 잘 읽었습니다. 묘한 느낌이 가득한 글이였습니다.
아래는 그분의 글을 옮겨 놓습니다. 그분의 이름대신 000으로 표현하였습니다.


[000님의 에세이]보리밥과 단팥빵


점심시간에 000은 언제나 수돗가에 있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점심시간이면 000은 늘 수돗가에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침에 작은누나는 보리밥에 반찬으로 김치, 왜간장, 어쩌다가 하나 더 나오면 콩나물국입니다.
점심은 반찬이 없어 싸갈 수가 없었습니다.

000의 누나가 공장에서 받는 월급으로 전기세, 수돗세, 보리쌀, 000의 학용품을 사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어쩌다가 쌀을 살 때면 누나는 보리밥 중앙에 한 움큼 넣어 한 달 동안 000 밥에만 넣어 주었습니다.
000의 누나는 음식 솜씨가 없어 반찬이 무척 짰습니다.
김치를 담가도 어찌나 짠지 소태 같아 먹고 물을 마셔야 했습니다.
그러나 누나는 김치를 짜게 담아야 빨리 시지 않고 오래 먹는다고 000을 타일렀습니다.
점심시간이면 학교 매점에서 단팥빵을 팔았지만 000은 먹어 본 일이 없습니다.
어떤 애는 밥이 싫어 빵을 먹는다고 했지만 000은 밥도 먹지 못했습니다.
000이 지금 뼈가 가늘고 살이 없는 것은 어릴 때 밥을 먹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000의 애들이 어릴 때 밥을 먹지 않아 "애비는 옛날에 밥도 못 먹었다고 말하면서 밥을 먹으라"고 하니 "빵 먹지, 라면먹지 왜 굶으셨냐"하면서 깔깔대며 웃었다.
000은 지금도 쌀밥만 먹는다.
건강식이라면서 보리밥을 권해도 000은 보리밥에 질려 쌀밥만 먹는다.
000의 아내는 내가 왜 쌀밥만 고집하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른다.
000은 아직도 밥 욕심이 많아 어떤 때는 두 그릇씩 먹는다.
아울러 빵도 단팥빵만 먹는다.


000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점심시간에
친구 밥이라도 뺏어 먹고 튼튼하게 자라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노동이라도 해서 작은누나의 힘을
덜어 주고 싶습니다.
부끄럽고 창피하여 점심시간에 도망이나
다니는 비겁한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