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과수원집 아들이었다.
포도는 맘껏 먹었다.
단지 온송이 포도를 맘껏 먹지 못했다.
할머니가 올 좋은 포도송이는 팔아서 돈 해야 하기에 늘 벌이 먹었거나 새가 먹었던 포도 낱알만 먹었다.
그렇다고 최상의 포도를 안 먹지는 않았다.
전날 밤 제일 맛있게 익은 포도송이를 정해 놓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란 인사하고 나가는 길에 슬쩍 몰래 따갔다.
그 이유는
철없던 시절 억울했고 이해가 안 되었다.
왜 난 잘난 온송이 포도를 먹지 못할까?
잘나고 올 굵고 잘익은 온송이 포도를 맘껏먹고싶었다.
그렇게 난 성인이 되었고 포도 농사는 더는 짓지 않으셨다.
늘 포도가 그리웠다.
그래서 몇 해 전 포도나무 서너 그루를 심었다.
올해 몇 송이 열렸다.
정성을 보탰다.
옛 생각에 포도를 먹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낱알 포도 조차 먹지는 못 한다.
너구린지? 오소린지?
낱알 포도 하나 남겨 놓지 않고
진공청소기처럼 따 먹었다.
많이 억울하다.
올해는 너구린지? 오소린지?에게 양보 했지만
내년엔 좀 더 치밀하게 방어를 해야겠다.
여튼 철없던 시절 우리집에서 포도 서리해서 먹던 포도가 제일 맛난 포도였다.
그 시절 낱알 포도라도 원 없이 먹었던 게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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