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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끝내 보내지 못한 마음 한 자락

할머니의 끝내 보내지 못한 마음 한 자락

할머니는 아들 셋을 먼저 보냈다.
참척(慘慽, 자식을 먼저 떠나보냄)의 고통을 세 번이나 겪었다.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斷腸)의 슬픔을 겪고
울다 울다 성대가 녹아내린 할머니는 잊음이 잦아지셨다.
그래서 다행이다.

아들에게

큰아들, 점도야~
복도 없는 우리 아들
복 중에 어찌 일복을 타고 났다냐.

다시 돌아봐도 깜깜한 생애,
니가 외등처럼 내 삶을 비춰 주었구나.

점도 니가 아니었으면 피 토하고 죽었을
징그럽게 고생스럽던 삶이었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을 때
짊어진 짐이 너무도 무거워 벗어 던지고 싶을 때
그 마음 다잡은 것은 다 니 덕분이었다.

내 속에 들었다 나온 것 마냥
어미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던 너였다.

시키지 않아도 뭐든 척 척 해냈지.
순하디 순한 얼굴에 언제 이리 주름이 많았졌냐.

일만 하다 늙어버린 누렁이의 눈처럼
슬픔이 가득하구나.

어쩌자고 도대체 어쩌자고
그리 일만 시켜먹었을까,
우리 점도가 내 아들이어서
나는 참말로 다행인데
우리 아들도 그럴까...

아니다.
다음 생애엔 일복 아닌 돈복을 타고 나
먹는 것도 배불리
공부도 넉넉히
잠도 퍼질러지게 자거라.
국 말아 후루룩 한 사발 들이키는
고된 삶이 아니어라.

내게 와 주어
내 아들이어서
고맙고 또 고맙다


사진설명
1) 제일 오른쪽 10대의 어린 얼굴이 아버지 제가 소장하고 있는 사진중 제일 어린 모습을 담고 있는 사진
2) 아버지 조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