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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소꼴 베시고 저는 소 등을 타고

페이스북 친구님의 담벼락에서 요즘은 보기 힘든 사진 한장을 보았습니다.
그 사진이 옛 기억을 소환했습니다.

소 쟁기질입니다.
그냥 보기엔 힘쎈 소가 쟁기를 끄는 단순한 작업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일소가 되려면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가라, 서라, 돌아라, 천천히, 힘을 내서…… 말귀를 알아듣고 농부의 말에 순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농작물을 밟지 않고 고랑만 밟고 지나가면서 두렁을 헤치지 않고, 고랑 끝에 가면 스스로 서고, 농부와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그런 훈련이 쉽지 않다는것을 저는 잘 압니다.
제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에 몇차례 소를 훈련시키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Y자 모양의 무거운 통나무에 큰 바윗돌을 줄로 묶어올려 놓으시고 소에 멍에를 쒸우고 소를 끌면서 "좌로,골로,우로,이랴,워워 등"소에게 말을 가르쳤습니다.
하루에 몇번 몇일 지속적으로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훈련이 된 소는 구루마도 끌게 했습니다.
요맘때 추수가 끝난 들에서 볏짚단 멋지게 묶어 두시고 구루마로 집으로 가져오셨습니다.
그렇게 가져온 짚으로 멍석도 만들고 내년에 쓰실 쌔끼줄도 몇 망테 꼬와두셨습니다.

그리고 잊지 못 할 추억은 송아지때부터 순한 송아지를 골라 놓고 제가 탈 수있는 소를 먹이셨다는 겁니다.
할아버지는 바지게 지고 소꼴 베러가시면 그 뒤에 송아지 등에 제가 타고 따라갔었습니다.

그 소는 풀숲에서 풀을 뜯어 먹고
저는 할아버지가 꺽어주신 삘기나 어린 소나무를 잘라 껍질을 깍아내면 흰 속살을 껌처럼 먹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풀 한짐 베시면 또 저는 소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제 어릴적 기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