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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속한다는 것』 조은주 지음 / 생각의힘

『세계에 속한다는 것』
조은주 지음 / 생각의힘

책은 다 읽었는데, 이상하게도 해답은 더 묘연해진 기분이다.

이 책은 오랜 시간 같은 사람들의 삶을 관찰해 온 종단연구의 결과를 엮은 책이다. 한 사람의 성장과 선택을 어느 한 순간만 떼어 설명하지 않고, 교육에 품었던 꿈과 학교에서의 경험, 가족의 기대와 조건, 그리고 이후의 삶까지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따라간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어긋남이 보였고, 기대와 결과 사이의 불일치가 보였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제도와 현실 사이의 모순도 드러났다.

우리는 흔히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열심히 공부하면 기회가 열리고, 노력하면 계층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오랫동안 사회적 이동의 중요한 통로로 여겨져 왔지만, 동시에 치열한 경쟁과 서열을 만들어온 제도이기도 했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나무가 햇빛과 공기와 물과 흙 속에서 살아가듯, 인간 역시 수많은 관계와 조건 속에서 성장한다.

나무의 가지가 굵든 가늘든, 키가 크든 작든, 잎이 넓든 좁든 우리는 그것을 나무마다 다른 모습이라고 받아들인다. 자연은 나무마다 다른 생김과 속도를 재촉하지 않는다. 햇빛을 받고, 물을 얻고, 흙 속에 천천히 뿌리를 내리도록 기다린다.

그런 세계가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것일까.

사람마다 다른 속도와 능력, 다른 환경과 출발점을 인정하면서도 누구나 자기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사회.

조금 늦어도 밀려나지 않고, 조금 달라도 실패자로 규정되지 않으며, 태어난 환경이 삶의 대부분을 결정하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를 교육은 만들 수 있을까.
정치는 만들 수 있을까.

아마 이 책을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질문은 이것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경쟁이 지나치다는 것도 알고,
교육격차가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가정환경이 아이들의 기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알고,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과 불안이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문제는 진단이 아니라 그다음이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지는 정책과 제도는 교육, 복지, 노동, 주거, 가족, 지역으로 각각 나뉘어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삶은 그렇게 나누어져 있지 않다.

한 아이의 교육 문제 안에는 부모의 소득이 있고,
주거가 있고,
지역이 있고,
학교가 있고,
돌봄이 있고,
취업이 있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성공이라고 부르는가에 대한 가치관까지 함께 들어 있다.

삶의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의 해결책은 너무 파편화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책을 덮고도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은 더 커졌다.

사람의 다양한 삶을 품어주는 사회는 과연 가능한가.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와 교육은 한 사람이 자기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햇빛과 흙이 되어줄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이 책의 역할은 명쾌한 답을 주는 데 있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 속에서 사회의 구조를 보게 만들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현실을 다시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결국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독자를 세우는 것.

그래서 책을 다 읽었지만 해답은 여전히 묘연하다.

다만 한 가지는 조금 더 분명해졌다.

사람이 자신의 속도로 성장하고,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교육 하나만의 일도,
복지 하나만의 일도,
정치 하나만의 일도 아니다.

사람의 삶 전체를 연결해서 바라보는 사회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쩌면 정치가 해야 할 중요한 일도 누군가를 더 빨리 달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넘어지지 않고 자기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햇빛과 흙을 마련해주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은 다 읽었는데, 이상하게도 해답은 더 묘연해진 기분이다.

일단 덮었다.

다시 읽어볼 각오를 남겨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