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우리 동네 잔치 중에 소를 잡은 잔치가 있었지

아버지,
아들입니다.

오늘 집안 묘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묘사 대신 경사가 있어 그 자리에 다녀왔습니다.
아마 아버지께서도 계셨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셨을 것 같아 동생 문경이의 결혼을 축하해주고 왔습니다.

제가 어릴 적, 동네에 경사가 있으면 돼지를 잡곤 했지요.
어느 집 잔치를 준비하며 돼지를 잡던 날,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우리 동네 잔치 중에 소를 잡은 잔치가 있었지!"
그날은 아버지가 아끼시던 계숙이 고모님 시집가던 날이었다고요.
할아버지께서 여상 졸업하고 경남은행에 취직해 시집가는 고모님의 잔칫날을 위해 집안 최초로 소를 잡으셨고,
동네에서도 큰 잔치를 열었다고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오늘, 그 고모님께서 며느리를 보셨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 집안의 큰 경사였습니다.
숙모님들, 고모님들 모두 모여 한마음으로 축하를 나누었습니다.

다만, 어머니께서는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동네 제실에서 열리는 묘사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진두지휘하는 장수가 빠진 것 같은 모습이 조금은 서운했습니다.
그래도 숙모님과 고모님들을 모시고 사진 한 장 남겼습니다.
그 사진을 어머니께는 미리 메시지로 보여드렸고, 아버지께서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 이렇게 전해드립니다.

요즘은 경사스러운 일보다 걱정스러운 일이 더 많아지는 세월이지만,
오늘만큼은 참으로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아버지의 환한 미소가 문득 떠오르고 그리워지던 날이기도 했습니다.

다음에는 어머니도 모시고 사진 한 장 남겨 아버지께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그리운 마음이 차오르거나 전해드릴 말씀이 생기면 이렇게 글을 올리겠습니다.

찬 기운이 도는 날들입니다.
어머니께는 자주 안부를 묻고 찾아뵙겠습니다.

아버지,
이만 줄입니다.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