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시골집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습니다.
어머니 곁을 맴돌던 길고양이 한 마리가 어느새 집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길고양이들 사이에서 이 녀석은 어머니를 간택했나 봅니다.
처음엔 거리감을 두고 주변을 서성이더니, 이제는 어머니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의젓하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어머니께도 새로운 친구가 생겨 참 다행입니다.
주말의 바쁜 행사들을 마치고 해 질 녘, 어머니를 잠깐 뵙고 돌아왔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다 보니, 짧은 만남이라도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효도 아닌 효도를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길게 머물지는 못하지만 얼굴을 비추고,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며 말벗이 되어드리는 것으로 마음의 짐을 덜곤 합니다.
집을 나서는 길에 어머니는 늘 그렇듯 여러 가지를 챙겨주십니다. 배추며 겉절이 김치며, 심지어 쟁겨두신 과일 몇가지를 내어주십니다.
"아들 녀석 굶고 다니진 않을까? 처자식 잘 못 먹이는 건 아닐까?" 걱정이 담긴 손길로 이것저것 챙겨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푸근해졌다가도,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밀려옵니다.
자동차에 가득 실린 어머니의 사랑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히 제 곁에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갚아야 할 사랑의 빚이 아직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길고양이가 어머니 곁을 지키는 모습처럼, 저도 어머니 곁에서 평생을 지키고 싶은 마음입니다.
효도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께서 원하시는 소소한 마음을 채워드리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늘도 어머니께 빚을 지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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