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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

할머니의 끝내 보내지 못한 마음 한 자락 할머니의 끝내 보내지 못한 마음 한 자락 할머니는 아들 셋을 먼저 보냈다. 참척(慘慽, 자식을 먼저 떠나보냄)의 고통을 세 번이나 겪었다.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斷腸)의 슬픔을 겪고 울다 울다 성대가 녹아내린 할머니는 잊음이 잦아지셨다. 그래서 다행이다. 아들에게 큰아들, 점도야~ 복도 없는 우리 아들 복 중에 어찌 일복을 타고 났다냐. 다시 돌아봐도 깜깜한 생애, 니가 외등처럼 내 삶을 비춰 주었구나. 점도 니가 아니었으면 피 토하고 죽었을 징그럽게 고생스럽던 삶이었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을 때 짊어진 짐이 너무도 무거워 벗어 던지고 싶을 때 그 마음 다잡은 것은 다 니 덕분이었다. 내 속에 들었다 나온 것 마냥 어미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던 너였다. 시키지 않아도 뭐든 척 척 해냈지. 순하디 순한 얼.. 더보기
할머니의 등불. 큰 아들 전점도 할머니의 등불. 큰 아들 전점도 할머니의 세월은 길었다. 험난했다. 하늘같이 소중히 여기던 아들 셋을 먼저 앞세우고 나서 잊음이 잦아 지졌다. “우리 아들은 더런 엄마 만나서 고생 많았다. 자슥 때문에 안 살았나. 우리 큰 아들 없었으면 피를 토하고 죽었을낀데 아니면 도망가던지. 내 맘과 같이 어찌 저럴꼬. 참 좋아.”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거치며 가난의 시대에 그 삶의 굴레는 그대로 큰 아들 점도에게로 이어졌다. 한 번도 거역 하지 않고 자기 뜻을 받쳐주는 큰아들에게 할머니은 작은 틈도 내어 줄 수 없었다. 아들이 곁에 없으면 할머니는 스스로가 무너질 것만 같았기에 그렇게 하셨다. 자신이 무너지면 가족이 무너질 것 같아 자신을 채근하듯 아들을 재촉했다. 큰아들과 자신은 꼭 하나처럼 누군가를 먹여.. 더보기
할머니의 삶의 시작 할머니의 삶의 시작 할머니의 생은 1922년, 겨울이 절정에 달하던 정월달에 시작되었다. 일 년 중 첫째 달, 맏이의 고단한 삶을 예견이라도 하듯, 그녀의 생이 혹독한 겨울임을 선전포고라도 하듯 해오름 달에 삶의 서막을 올렸다. 고성 동해면의 어느 외딴 마을, 그해 정월 보름날은 겨울이 나지막이 내려앉은 고요한 날이었다. 부엌에서는 물을 팔팔 끓고 방 안엔 가위와 실이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의 삶의 첫 울음소리는 고요를 깨고 하늘에 닿았다. 할머니는 9남매의 장녀로 태어났고, 태어났을 때엔 이미 일제 식민 통치의 백성이었다. 제 나라도 없이 시대의 폭압에 스스로 맞서며 살아야 하는 찬 겨울 같은 운명이었다. “밥만 먹고 일만 하면 된다고 일만 시키고. 일만 하면 좋다고 하고. 일을 해.. 더보기
할머니의 해방과 한국전쟁 할머니의 해방과 한국전쟁 훤칠한 키에 당시 꽃다운 나이였던 할머니 또한 시대의 그림자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행여나 위안부로 끌려갈까 하는 초조함에 할머니는 결혼을했다. 오래전 그 날, 처음 선을 봤을 당시의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너무도 근사했다. 일본으로 데려가 그 놈의 팔자를 깨끗이 세탁해 줄 줄 알았다. 할아버지는 일본으로 돈을 벌려 나가계셨다. 할머니를 천금처럼 여기던 시아버지도 1년 만에 세상을 등졌고 막내 시동생은 겨우 네 살이었다. 집도 불에 타 버렸다. 모든 희망이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작은 틈도 없이 자신을 옥죄는 노동 속에서도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돈을 많이 벌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다. 그러나 해방과 함께 남편은 벌어놓은 돈도 못 가지고 다시 해방된 조선으로 돌아왔다.. 더보기
할머니의 아리랑 장녀로 태어나 종부로 이어지는 할머니의 삶의 고리는 그녀를 매순간 단단하게 옭아매는 그물이었다. 9남매의 장녀에서 6남매의 종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더 고된 짊을 껴안아야했다. 결혼하자마자 할아버지는 일본으로 다시 떠났고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시아버지조차 결혼 1년 만에 세상을 등졌다. “시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내가 우찌 사나 싶어 눈앞이 캄캄했다. 4월에 세상 버리시고. 시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내가 그리 고생 안 했다. 시아버지는 점잖고 일도 잘 하고, 추모 비 세울 때 돌멩이를 지고 올만큼 힘이 장사였다. 돌아가시기 전에 배가 하도 먹고 싶다고 해서 어렵게 구해서 드렸다 아이가. 시아버지만 징겼으면 귀염 받고 좋다고 하고 살았을 낀데. 내 복이 작아서.” 할머니에게 시집은 죽 끓일 것도 하나 없고 집도.. 더보기
봉암갯벌에서 수영하는 마산만으로!' 꼬시락아 뛰어라, 붉은발말똥게야 춤춰라, 해당화 향기야 날아라, 봉암갯벌에서 수영하는 마산만으로!' 봉암갯벌의 꼬시락은 복원을 붉은발말똥게는 생명을 해당화는 참여를 상징합니다. 작은 갯벌에서 시작된 생명 참여 복원의 정신은 봉암갯벌을 넘어 마산만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은어도 돌아오고 연어도 돌아오니 그 꿈은 헛된 꿈이 아닐겁니다. 지난 시절 두 아이가 꼬맹이었을 때 심었던 갯벌가의 나무가 이제 제법 숲의 모습을 보입니다. 두 아이가 자라나듯 나무가 숲이 되듯 '봉암갯벌에서 수영하는 마산만으로!' 란 꿈은 이뤄질 것입니다. 참여와 관심은 생명과 복원을 이룹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