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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키운것은 새벽시장 할머니의 몸짓이었습니다.

저를 키운것은
새벽시장 할머니의 몸짓이었습니다.
새벽별 초롱한밤
할머니는 장꺼리를해서 내다파셔습니다.
진전면 이명리 아랫골
현금이야 일년에 두어번 매상때
나락 판돈 아니면 없었습니다.

제 할머니는 온 들과 갯벌을 헤집고 다시시며
새벽시장 좌판에 웅크리고 앉으셔서
돈을 만들어 오셨습니다.
꼬깃꼬깃 접혀진 돈
비릿한 비릿내 나는 돈
어린마음에 싫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 오신 돈은
손자 홍표는
부끄러운 날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주신 돈은
다시 정성껏 폈습니다.

그 시절 꼬깃꼬깃 접힌 돈이 부끄러웠나 봅니다.

그 버릇은 지금도 남아
지갑에 돈 넣을 땐
잘 정리해서 넣습니다.

새벽시장
좌판에 앉아 장사하시는 분
얼굴 얼굴이 제 할머니같고 어머니같아서
마음 한켠이 짠 합니다.

그런분들 앞에서 나눠드리는 명함이라
더 공손히 마음으로 대합니다.

서러워 눈물 짓는 사람들이 안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여나 서러운 눈물나는 분들의 눈물을 같이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제 어머니같고
제 할머니같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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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시장 사람들

김정호

어둠을 밀어내고 안개를 삼킨다
바다 갈매기 날아와
붉은 태양 토해낼 때
숨가쁜 영혼으로 종종걸음치며
가끔씩 내지르는 사람들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새벽을 연다

미처 뜨지 못한 눈 비비며
시장 안을 휘젓고
질긴 삶을 외치는 사람들의 숨소리
빛바랜 떡잎같은 운명 움켜쥐고
절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한 곳에는
굽은 등이 서러워 눈물짓는 할머니

오늘도 새벽시장은
세상 사람들의 억억(億億) 소리에
굽은 허리 더욱 낮아져 헉헉거리고
찬바람이 스쳐 지나간 얼굴에
시장사람들 얼룩진 눈물 자국
안개꽃되어 떨어진다